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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충남장애인생활수기 우수상 수상 정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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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0-02-04 16:07 조회4,93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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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부 우수상

 

지난추억을 그리워하면서...

 

 

 

우수상 수상자 정덕순

 

오늘도 나는 아침 겸 점심을 10시 30분쯤에 밥 챙겨 먹고 전동스쿠터타고 복지관으로 달려간다.

오늘따라 유난히 하늘도 더 맑고 따스한 가을 날씨다. 어젯밤에 잠깐 비가 와서 그런 걸까? 바람도 불고 좀 신선하게 느껴지지만 공기가 상쾌하고 너무 좋다. 찻길 가에 코스모스들은 바람에 한들한들거리면서 나를 반겨주고 있다. 나는 요즘 매일 전동스쿠터타고 복지관에 가면서 저 멀리 들녘에 점점 누렇게 익어가는 곡식을 바라볼 때 마다 옛 생각이 저절로 떠오른다. 내가 11살 때 쯤 였던가...

 

그때도 한참 가을이 무르익어가는 바로저기 들녘에서 이웃집에 사는 형, 누나들과 같이 잠자리도 잡고 메뚜기도 잡고 그렇게 해가 저물러 가는 줄도 모르고 놀았었는데 어느새 이렇게 세월이 참 많이 흘렀다.

어릴 때 나와 함께했던 저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가고 나만 홀로 아직도 추억의 장소에서 머물고 있는가? 나는 매일 복지관에 가다가 어릴 때 놀던 논두렁을 가끔 바라보면서 혼자 옛 추억에 잠긴다. 지금 내 나이 37세... 나는 뇌성마비 장애로 태어나서 지금까지 고향에서 계속 지내고 있다. 나도 만약에 건강한 모습으로 태어났더라면 이렇게 혼자 고향 땅에 남아서 옛 생각만 하고 있을까? 내 모습이 똑바로 되었으면 나도 고향을 떠나서 결혼도 하고 가정도 갖고 열심히 살아 갈 텐데 말이다. 생각할수록 너무 아쉽고 마음 아프다.

내가 이렇게 답답하고 속상한데 날 낳아주신 부모님은 나보다 더 가슴이 얼마나 찢어지고 아프실까? 어머니는 늘 가끔씩 나의 손을 꼭 잡으시고 너의 동생들 보다 네가 제일 걱정 되고 마음이 걸린다고 하시면서 소리 없이 우신다. 내손을 꼭 잡으시고 눈물 흘리신 어머니를 바라보는 나의 마음도 너무 아팠다.

내가 왜 병신자식으로 태어나서 부모님께 걱정만 끼칠까? 이럴 때마다 나 혼자 어디론가 훨훨 날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의 마음은 내가 빨리 좋은 사람만나서 같이 살아갔으면 바라신다. 그래야 나중에라도 당신께서 마음 놓고 편히 눈을 감을 수 가있다고 하신다.

나는 어머니의 말씀에 더 죄송스럽고 마음이 아프고 무거웠던지. 이것이다 자식 걱정하시는 어머니의 마음인지알면서도 나는 왜 가끔 어머니께 화를 내고 짜증만 내는지, 어머니 내가 정말 못 된 아들 인가봐요.

어머니 마음 잘 몰라주고 가끔 짜증내서 정말 죄송합니다. 나는 캄캄한 옥상에 올라가서 이런저런 생각하면서 마음속으로 어머니께 죄송하다고 이렇게 말했다. 집안으로 다시 들어가서 나는 웃는 얼굴로 어머니의 손을 살며시 잡고, 이 못난 장남은 지금처럼 꾸준히 노력하면서 누구보다 잘 살테니까 그만 걱정하시지 말고 아버지랑 어머니랑 두 분만 아프시지 말고 지금처럼 늘 오래오래 건강하시라고 그렇게 말 전했다.

지난추억들 하루하루 나랑 함께 지냈던 그 사람들은 모두 다 떠나고 없지만 지금까지 내 곁에서 늘 항상 함께 해주신 우리 부모님이 계셔서 나는 행복하다. 부모님한테 늘 고맙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살아가야하는데 늘 걱정만 끼쳐드려서 죄송한 마음뿐이다.

올해도 따스한 가을을 느끼면서 항상 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나는 남들보다 좀 심한 뇌성마비장애라고 하지만 남들처럼 똑같이 밥도 내손으로 먹고 하고 싶은 컴퓨터공부도 내발로 가끔씩 일반버스타고 복지관에 직접 가서 배울 수 있어서 누구보다 나는 하나님께 늘 감사해야하다는 마음으로 더욱 열심히 살아야겠다. 요즘 나는 올봄부터 복지관에서 계속 동영상편집을 배우러 다니고 있는 중이다. 예전부터 내가 하고 싶어 했던 동영상편집... 복지관에서 동영상편집이 생겼다고 나에게 한번 배워보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동영상편집을 꼭 배우고는 싶은데 내가 정말 잘 배울 수 있을까하고 선생님께 배우겠다고 얼른 말이 잘 안 나왔다. 일주일후에 나는 할 수 있다는 의지를 가지고 동영상편집을 배우기로 그렇게 결정을 했다. 맨 처음에 수업을 시작 할 때 나는 많이 걱정이 되었다. 내가 정말 동영상편집을 잘 이해하고 잘 배울 수 있을까 말이다. 그냥 차라리 못 배우겠다고 솔직히 선생님께 말씀을 드릴까 고민하다가 내가 정말로 배우고 싶은 동영상편집인데 어렵다고 여기서 동영상편집을 배우다가 포기하면 나중에 후회가 될 것 같아 싶어서 배우는 쪽으로 다시 선택을 바꾸고 동영상편집을 계속 배우고 있다. 복지관에서 선생님께 동영상편집을 배우고 나서 또 저녁에 집에 돌아와서 밤늦게까지 나름대로 동영상편집을 배웠던 것을 다시 복습하고 또 복습하고 있다. 내가 동영상편집을 배운지 벌써 8개월이나 지났다. 이해하기가 조금은 힘들지만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내 나름대로 동영상편집 복습하다가 잘 모르는 것이 있으면 선생님께 여쭈워 보기도 하고 그렇게 스스로 배워가면서 나름대로 보람 있게 보내고 있다. 나는 매일 복지관에 가서 아는 사람들이랑 만나서 이런저런 대화도 나누고 컴퓨터도하면서 나름대로 그렇게 행복한 하루의 시간들 보낸다. 나는 원래 컴퓨터수업은 수요일하고 금요일만 있는데 매일 복지관에 나가서 컴퓨터실에 빈자리가 있으면 나름대로 인터넷도하고 또 동영상편집 복습도하다가 그렇게 하루에 시간을 보내다가 집에 돌아온다.

내가 맨 처음 복지관에서 컴퓨터를 배운지 벌써 10년이란 세월이 흐르고 있다. 1999년 7월 무더운 여름날에 복지관에 찾아왔으니까 벌써 10년이 넘었다. 그때는 컴퓨터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 왕초보였다. 남들처럼 나도 잘 이해하고 잘 배울 수 있을까하고 나는 걱정이 되었고 컴퓨터를 배울 자신마저 없어졌다. 그래 난 할 수 있다는 자신을 가지고 용기를 내어보자 스스로 다짐을 하면서 열심히 배우게 되면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컴퓨터를 잘 할 수 있을 거야. 세상에 처음부터 컴퓨터를 잘하고 잘 이해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누구나 어려워도 배워야 잘 이해가되고 잘 알 수 있는 법이다.

선생님들한테 천천히 배워가며 될 텐데 그때는 왜 바보처럼 쓸데없는 걱정만 했는지. 지금 그때를 다시생각만하며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럽고 창피하다. 나는 맨 처음 컴퓨터 사용법과 한글 97도 배웠다. 인터넷으로 음악파일을 인터넷에서 다운로드 방법을 가르쳐주셨다. 선생님께서 컴퓨터에 대해서 차근차근 아무리 설명을 해주셔도 나는 그때 처음이라서 그런지 선생님이 무슨 말씀을 하고 있는지 전혀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이해가 잘 안되었지만 복지관에 자주 나와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선생님의 말씀을 따라서 열심히 배웠고, 또 지금처럼 나 혼자 복습도 했었다.

나는 컴퓨터 할 때마다 조금씩 힘든 점이 많았었다. 복지관에서 함께 컴퓨터 교육을 받는 장애인들 보다 나만 손이 더 불편해서 컴퓨터 키보드 칠 때마다 나도 모르게 짜증도 나고 답답했다. 나도 그렇게 내 자신이 답답하게 느껴지는데 선생님들은 나에게 컴퓨터를 가르쳐 주실 때 얼마나 답답했을까 그런 생각도 했다. 선생님들은 내 생각과 다르게 말씀을 하셨다.

모든 것 빨리하려고 생각하지 말고 키보드를 빨리 못 치더라도 천천히 정확하게 배우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선생님이 나한데 차라리 너 키보드 빨리 못치고 뭐하냐고? 그렇게 꾸지람을 내셨으며 내가 선생님한데 늘 죄송할 텐데 말이다. 나는 컴퓨터수업 할 때마다 선생님한데 늘 죄송하고 감사하는 마음뿐이다.

그래서 나는 맨 처음 컴퓨터를 시작 할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답답하고 힘들어도 항상 변화 없이 포기하지 않고 나름대로 복지관에 나가서 계속 컴퓨터공부를 하고 있다. 컴퓨터를 꾸준히 하다보니까 나의 일상생활을 하는데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내가 사고 싶은 책이나 여러 가지 물건을 직접 사러가지 않아도 집안에서 그냥 앉아서 컴퓨터 인터넷으로 주문 할 수 있으니까 참 편하고 좋다. 지금 이렇게 컴퓨터를 잘 사용하니까 컴퓨터 배우게 참 잘 했구나 하고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인터넷이 있어서 나뿐만 아니라 나 같은 장애인들도 인터넷으로 참 편리하게 생활하고 있다.

나는 예전에 인터넷이 없을 때 뒤뚱뒤뚱 걸음으로 가게에 직접 나가서 물건을 사와야 했었다. 물건을 사러 갈 때 거리에서 애들이라도 마주치면 늘 놀림을 받았다. 길가에 건너편에서 애들이 날 바라보고 지네들끼리 비웃으면서 야야 저기 봐 다리병신 가는 것을 보면서 혹은 걷는 모양새를 보면서 참 이상하다 등의 자기네들끼리 웃으면서 속싹였다. 그래서 나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고 어쩔 수 없이 돌멩이를 짚어서 아이들한테 던지곤 했었다. 나는 눈물까지 뚝뚝 흐리면서 아이들한테 이렇게 말하곤 했었다. 내가 너네들 한데 뭐라고 했니? 왜 그렇게 놀리냐고 말했다. 내가 바보병신으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도 아닌데 나 만보면 왜 자꾸만 비웃고 놀리는 거지?

너희들도 언젠가는 나처럼 바보 같은 병신이 될 수도 있으니까 말조심하라고 나는 애들한테 말했다. 동네 아이들한테 병신이라rhj 자주 놀림을 받고 있으니까 나는 집밖으로 나가기 싫었다.

지금처럼 컴퓨터가 있다면 하루 종일 방안에서 컴퓨터를 했을지도 잘 모르지. 나는 15살까지 되도록 학교도 안다니고 아무 교육조차도 못 받고 집에서 그냥 해주는 밥이나 먹고 혼자하루 멍멍이처럼 집이나 지키곤 했다. 동생들은 학교 다니는데 나만 매일 집에서 멍멍이 두 마리랑 놀기만 했다. 멍멍이랑 놀고 있으면서 나는 토요일만 기다려진다. 왜냐하면 동생들이 학교에서 일찍 돌아오기 때문이다. 주말이 되면 동생들과 함께 집에 있으면 덜 심심하다. 동생들 방학하면 왜 내가 기분이 더 좋은지. 그전에 나는 이렇게 동생들 곁에서 허송세월로 하루하루를 살았다.

그러나 어느 날 텔레비전에서 나 같은 뇌성마비장애인이 입에다 연필을 물고 공부를 하는 것을 한40분이나 50분 동안 봤을까. 나는 그 프로그램을 보고나서 얼마 있다가 나도 공부해야겠다고 스스로 결정을 하고 부모님께 나 공부 할테니까 학교 보내 달라고 말했다. 그래서 부모님과 이모님이 여기저기 학교를 알아보셨다. 그 당시에 내가 다닐만한 학교가 없다고 해서 나는 너무 실망이 커졌다. 부모님하고 이모님이 내 나이가 많다고 이 학교 저 학교에서 거절만 당했다고 하셨다. 나는 너무 실망에 빠져있었다. 부모님은 바보 같은 자식을 위해서 또 다른 학교를 알아보셨고 그러고 한 달 후 내 앞으로 입학 통지서가 날아왔다.

울산에 있는 메아리학교에서 연락이 온 것이다. 너무 먼 울산이 아닌가. 나는 울산이 아무리 멀리에 있어도 내가 새 희망을 가지고 공부를 배울수 있다면 어디든 가서 열심히 배워야지 뭐. 그때 내 나이 16살 나는 드디어 메아리학교에 입학식하고 기숙사로 향했다. 막상 내가 여기서 앞으로 잠자고 생활한다고 하니까 너무 낯설게 느껴지고 당당했던 내 마음이 어디로 사라져가 버렸다. 학교생활이 낯설고 조금은 힘들었지만 좋은 담임선생님들 덕분에 나는 집 생각 안하고 힘이 들었던 학교생활도 잘 견뎌낼 수 있었고 나보다 가장 어린동생들과 수업도 열심히 받았다.

어느 날 학부모님 한분이 1학년 교실에 들어오다가 날보고 1학년교실 잘못 찾아왔구나하면서 다시 교실 밖으로 되돌아 나간 적이 있었다. 나는 1학년 학부모님들 마주칠 때마다 부끄럽고 많이 창피했었다. 그대는 차라리 쥐구멍이라도 있으며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였지만

창피하다는 생각을 다 잊고 당당하게 어린동생들과 공부를 하면서 그렇게 하루에 시간을 보냈다.

나는 그렇게 2년 동안 학교 생활하다가 다시 집에 돌아와서 검정고시를 다시 시작했다. 나는 집에서 8년 동안 검정고시준비만하다가 갑자기 컴퓨터도 배우고 싶어졌다. 그래서 충청남도 남부 장애인종합 복지관을 알게 되었고, 또 컴퓨터 교육도 받게 되었다.

컴퓨터를 처음 시작할 때 고입 준비학고 있었다. 어느새 벌써 내가 힘들었던 그 중고등학교 입학검정고시, 고등학교 졸업까지 다 마무리를 했다니까 나는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고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

예전에 공부를 꾸준히 해왔던 것처럼 지금 배우고 있는 동영상편집도 포기 하지 않고 더 열심히 배워서 나 같은 장애우 들한테 가르쳐 주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난 이 아름다운 가을에 내 꿈을 펼치기 위해서 앞만 보고 계속 뛰어갈 것이다. 잘 안되더라도 계속 꾸준히 노력하면서 반듯이 좋은 올 것이 라고 오늘도 난 기도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하루 보낸다..

 

<출처 : 충남장애인신문, 2010.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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